📑 목차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유난히 손이 가지 않는 일들이 있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시간이 오래 걸릴 일도 아닌데
도무지 손끝이 움직이지 않아 ‘조금만 있다가 해야지’라는 말로
나를 설득하곤 하는 순간들.
나는 오래도록 이 현상을 단순한 게으름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느 날, 내 마음속에서 반복되는 미묘한 감정들을 발견하면서
이 일이 단순한 태만이 아니라
손이 가지 않는 일들 속에 숨어 있던 감정의 패턴이라는 더 큰 결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글은 그 패턴을 찬찬히 돌아보고,
앞으로 고쳐야 할 흐름을 정리하는 나의 작은 기록이다.
1. 시작하기 어려운 일들에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붙어 있었다
어떤 일을 앞두면, 먼저 떠오르는 건 일이 아니라 느낌이었다.
이 일은 어렵겠지,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지금 시작하면 잘 못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들.
그러다 보니 ‘일’이 아니라
일과 함께 따라오는 감정을 먼저 체감하게 됐다.
특히 손이 가지 않는 일들 속에는
불확실함, 부담감, 기대, 실수에 대한 두려움 같은
다양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결국 나는 일을 미룬 것이 아니라
그 감정과 마주하는 일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2. 작은 일일수록 더 무겁게 느껴졌던 이상한 경험
흥미롭게도, 큰일보다 작은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일일수록
“왜 지금 못하지?”라는 자책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작은 일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그 감정이 바로 손이 가지 않는 일들 속에 숨어 있던 감정의 패턴 중 하나였다.
작은 일은 작아서 더 부담이었다.
작은 일은 작아서 더 빨리 실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작은 일을 미룰 때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 대한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3. 큰일은 처음부터 큰 모습이 아니었다
큰일은 사실 작은 일들의 덩어리였다.
하지만 나는 자주 큰일을 하나의 벽처럼 바라보았다.
벽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겁이 나고,
그 겁이 나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 벽도 결국 작은 벽돌들이 쌓인 것이었는데
나는 벽돌을 보지 않고
벽만 본 셈이었다.
큰일 앞에서 손이 멈춘 이유는
일의 크기가 아니라
내가 그 벽을 바라보는 방식 때문이었다.
4. 불안함은 손끝을 죄다 묶어두곤 했다
손이 가지 않는 일들 속에서 가장 강하게 발견한 감정은
단연 불안이었다.
잘 못할까 봐 걱정되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지고,
혹시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이 불안은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내 손끝을 잡아당겨 멈추게 했다.
마치 일이 아니라,
‘불안과 싸우는 일’이 먼저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불안은 조용하고 미묘한 감정이지만,
그 힘은 생각보다 매우 컸다.
5. 감정을 숨긴 채 일을 미루는 습관의 반복
손이 가지 않는 일들에는
마치 서랍 속에 숨겨둔 감정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들이 있었다.
- 부담스러워서,
- 귀찮아서,
-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 잘못하고 싶지 않아서,
-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
이 감정들 대부분은
내가 쉽게 보기 싫어하는 면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감정을 보지 않기 위해
일을 미루는 방식을 택했다.
감정을 미루면 동시에 일이 미뤄졌다.
결국 두 가지 모두 나로부터 멀어졌다.
6. ‘손이 가지 않는다’는 신호는 마음의 과부하를 말해주고 있었다
손이 잘 가지 않는 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마음이 이미 지쳐 있던 날이었다.
감정의 용량이 꽉 차 있어서
작은 일 하나조차 처리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때의 멈춤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보내는 보호 신호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손끝이 멈춘 건
멈추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미 나의 감정과 마음이 과부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7. 감정의 패턴을 이해하니, 미루기의 구조가 보였다
손이 가지 않는 일들 속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을 파악하고 나니
미루기의 구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 감정이 앞서고 일이 뒤섞이는 순간,
- 일의 크기가 커 보이고,
- 작은 일에 자책이 붙고,
- 불안이 일을 잡아당기고,
- 결국 마음이 지친 상태로 남았다.
이 구조가 반복되며
내 일상에는 손대지 못한 일들이 쌓여갔다.
하지만 이유를 알게 된 순간부터
그 구조는 과거처럼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8. 앞으로 고쳐야 할 나의 태도들
손이 가지 않는 일을 이해하고 나니
고치고 싶은 행동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 1) 작은 일부터 바로 처리하는 습관 만들기
작은 일은 크기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 2) 감정이 흔들리는 시간대엔 큰 결정 내려놓기
감정의 리듬을 아는 것은 중요한 자기 이해다.
● 3) 완벽한 시작을 고집하지 않기
불완전하게 시작해도 과정에서 채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 4) 불안이 올라오면 일을 미루는 대신 ‘작게’ 접근하기
큰 행동은 불안하지만, 작은 행동은 감정의 힘에 휩쓸리지 않는다.
● 5) 할 수 없는 이유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리듬을 잃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 다섯 가지는 앞으로의 나에게 건네는 약속이며,
하루의 감정이 더 무겁지 않도록 지켜야 할 기준이 되었다.
9. 손이 가지 않던 일들이 남겨준 깨달음
이제 나는 어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을 때
그 일을 바로 탓하지 않는다.
대신 그 일 뒤에 있는 감정을 먼저 바라본다.
그 감정이 내 움직임을 막고 있을 뿐,
일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손이 가지 않는 일들 속에 숨어 있던 감정의 패턴을 이해하는 일은
일을 제때 하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10. 오늘도 손끝이 멈추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손이 멈추는 날은 앞으로도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멈춤이 두렵지 않다.
그 안에는 감정이 있고,
나는 그 감정의 패턴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손이 가지 않는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그것이 ‘나의 실패’가 아니라
‘나의 감정이 보내는 신호’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신호를 알아차리는 순간,
시작은 이미 절반쯤 완성된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