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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를 선택한 시간, 나도 모르게 찾은 우회로들

📑 목차

    하루 속에서 어떤 일들은 분명 지금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새 다른 일을 먼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핸드폰을 잠깐만 보려다 시간이 지나 있고,
    정리하려던 서랍 대신 갑자기 옷장을 정리하고 있으며,
    해야 할 업무를 열어놓고는 갑자기 책상 위 먼지를 닦고 있다.

    미루기를 선택한 시간, 나도 모르게 찾은 우회로들

     

    나는 항상 이 순간을 “집중이 안 된다”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행동들은 다른 감정의 표현이었다.
    나는 일을 미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일과 직접 마주하는 대신
    다른 경로를 선택해 우회로로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내가 사용해온 그 많은 우회로들을 돌아보고,
    왜 그 순간 미루기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고쳐갈 수 있을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진짜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감정이 준비되지 않은 일이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룰 때 “그 일이 싫어서”라고 스스로 쉽게 단정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대부분은 그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 일을 받아들일 감정이 준비되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 아직 시작하기엔 마음이 무겁고
    • 잘할 자신이 없고
    • 생각보다 오래 걸릴까 불안하고
    • 집중력이 부족한 상태이며
    • 일의 완성도를 걱정하고

    이렇게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해야 하는 일과 마주하면
    몸은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찾는다.

    이런 감정적 준비 부족이
    우회로를 선택하게 만든 첫 번째 이유였다.


    2. 미루기를 택하는 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을 바로 시작하지 못하는 순간 대부분,
    나도 모르게 마음 안에서 불안이 먼저 움직였다.

    • “해보다가 막히면 어떡하지?”
    • “이 정도 실력으로 충분할까?”
    • “내가 생각한 만큼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질문들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다니며
    ‘할 일’ 자체를 무겁게 만들었다.
    결국 불안을 피하려는 마음이
    다른 일로 눈을 돌리게 했다.

     

    우회로는 태만이 아니라
    불안을 잠시 덮어두기 위한 마음의 선택이었다.


    3.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도 갑자기 다른 일을 시작하는 이유

    분명 해야 하는 일이 눈앞에 있는데
    갑자기 책장을 정리하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았다.

     

    이것은 나쁜 습관이 아니라
    ‘심리적 회피’의 아주 자연스러운 형태였다.

    우회로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 작은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일부터 찾아가기
    • 부담 없는 행동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기
    • 하고 싶은 일로 감정의 흐름을 옮기기
    • 해야 할 일의 무게를 잠시 뒤로 미루기

    즉, 우회로는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몸의 일종의 조정 과정이었다.


    4. 우회로가 나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목적을 잊으면 문제가 됐다

    우회로를 돌 때마다
    잠깐의 해방감은 분명 있었다.
    작은 일을 처리했을 때의 즉각적인 성취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는 느낌.

    문제는 그 우회로가 너무 길어진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잠깐 다른 일을 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돌아오는 시점을 놓치고
    결국 미루기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회로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 우회로가 목적을 흐리게 하고
    해야 할 일을 더 멀어지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었다.


    5. 나도 모르게 사용해온 우회로들

    이 우회로들은 겉으로 보면 생산적이어서
    더 쉽게 미루기로 이어졌다.

    • 갑자기 청소하기
    • 노트 정리하기
    • 메시지 정리하기
    • 일정표 재작성
    • 불필요한 할 일 목록 만들기
    • 유튜브에서 ‘자기계발’ 영상 보기
    • 잠깐만 SNS 확인하기

    문제는 이 모든 행위가
    겉으로는 “나는 무언가 하고 있어”라고 착각하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해야 할 일을 피하는 가장 정교한 미루기라는 점이었다.


    6. 우회로는 결국 나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돌아보면 우회로는
    나를 망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지키기 위한 마음의 움직임이었다.

    • 감정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 불안이 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 실패할까 두려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몸은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회로는 마음이 내게 보내는 작은 신호였다.

     

    “지금은 그 일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잠깐만 돌아가자.”

    그리고 그 신호를 이제야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7. 우회로를 쓰는 나를 비난하는 대신,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동안 나는 미루기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봤다.
    하지만 우회로를 자세히 이해하고 나니
    그 행동은 나를 비난할 일이 아니라
    나를 이해해야 할 일이 되었다.

     

    우회로가 생겼다는 건
    지금의 나에게 감정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의미였고,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미루기를 좀 더 온전히 바라보게 되었다.


    8. 앞으로 고쳐야 할 일들

    우회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회로가 나를 삼키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다섯 가지를 앞으로 고쳐 나가려 한다.

    1) 우회로를 ‘인식’하는 연습

    지금 돌아서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되돌아갈 힘이 생긴다.

    2) 적당한 우회로와 과한 우회로를 구분하기

    잠깐의 휴식은 필요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목적을 잃는다.

    3) 해야 할 일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기

    감정의 부담을 줄이면
    우회로로 흐를 확률도 줄어든다.

    4) 완벽한 상태를 기다리지 않기

    감정이 완벽할 때 시작하려 하면
    우회로는 끝없이 늘어진다.

    5) 오늘 하루의 ‘가장 작은 성취’를 반드시 남기기

    작은 성취 하나가 우회로의 길을 짧게 만들어준다.


    9. 우회로를 돌아서도 결국 돌아오는 나를 믿는 일

    우회로를 돌아가는 날이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회로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 길에서 잠깐 쉬고 돌아오는 것도
    하루를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돌아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우회로는 목적지를 잃게 만드는 길이 아니라
    때로는 마음이 숨을 고르는 시간일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우회로를 만들겠지만,
    이제는 그 길이 무섭지 않다.
    그 길을 다녀온 뒤 다시 돌아오는 나의 걸음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